누구나 눈을 감았을 때 순간 스쳐가는 이미지를 경험한다. 이처럼 잔상은 목격하려고 찾아가거나 노력할 필요가 없다. 두 눈만 감으면 된다. 시각이라는 감각기관을 차단해야 느낄 수 있는 어렴풋한 형상은, 꼭 필터를 제거해야 보이는 현실 같기도 하다. 이미지의 본질은 우리가 목격한 모습 그대로가 아니라 목격 이후에 드러난다. 현실에서 잘라내어 수집되었거나 인식된 모습 그대로가 아닌, 이미지가 지나가고 남겨진 형상 즉, 잔상과 같은 것들이 바로 그 본질이다. 이번 작업에서는 이렇듯 이미지의 본질을 ‘잔상’이라는 개념으로 설정한다. ‘잔상‘이란 외부 자극이 사라진 뒤에도 감각 경험이 지속되어 나타나는 상을 말하지만, 여기서는 단순히 지속되는 이미지만을 말하지 않고 무의식에 남겨진 이미지, 더 나아가서는 부유하는 형상으로 의미를 확장한다. 의식이라는 불순물이 섞인 이미지가 아닌, 우리가 대상을 목격하고 수집하는 과정에서 무의식에 떨어진 잉여물인 ‘잔상’은 확실한 형태를 가지고 있지도, 명확한 영역이 나눠져 있지도 않다. 단 하나만 존재하지도 않으며 목격된 이미지에서 떨어져 나온 여러 덩어리들이 겹쳐지고 쌓여가며 다시 하나로 뭉쳐지기도 한다. 이는 빛 덩어리가 모이는 모습 같기도, 얼기설기 뭉쳐진 살덩어리 같기도 하다. 이처럼 겹겹이 쌓은 물감으로 드러나는 모호한 경계와 화면 곳곳에 배치된 불분명한 형상들은 모두 직접 경험하고 목격한, 언젠가는 스쳐갔을 순간의 잔상들이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관람자에게 단순히 경험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 각자의 일상을 연상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이어지며, 마침내 이미지에서 파생된 또 다른 잔상이 관람자의 무의식에 은밀히 남아 부유하게 된다.
Everyone experiences images that pass when they close their eyes. There is no need to go or try an afterimage like this. Just close your eyes. The essence of an image is revealed not when we witness it, but after it is witnessed. In this work, the essence of an image is set as the concept of 'afterimage'. 'Afterimage' refers to an image that appears as sensory experiences continue even after external stimuli disappear, but here, it does not just mean an image that lasts, but it also expands the meaning to an image left in the unconscious mind, and furthermore, to a floating form. In the process of witnessing and collecting objects, the afterimage, which is a surplus that falls on the unconscious, has no definite form and no clear area is distinguished. Both the ambiguous boundaries revealed by the paint accumulated in the work and the unclear form arranged throughout the screen are afterimages of the moment of firsthand experience and witness. These images go beyond simply sharing experiences with viewers and lead to the possibility of reminding them of daily life, and finally, another afterimage derived from the painting remains secretly floating in the viewers' unconsciousness.
1. 부유하는 이미지, 남겨진 형상
162.2x130.3cm, mixed media, 2024
2. 잔상240903
90.9x72.7cm, mixed media, 2024
3. 잔상240921
72.7x60.6cm, mixed media, 2024
4. 형상240418
60.6x45.cm, acrylic on canvas, 2024
5. 어렴풋이 떠오르는
193.9x112.1cm, mixed media, 2024
6. 형상240404
72.7x53.0cm, acrylic on canvas, 2024
7. 형상240408
60.6x45.5cm, acrylic on canvas, 2024
8. 형상240415
65.1x65.1cm, acrylic on canvas, 2024
M: hha3248@naver.com